山 (2007.04.이후)

한여름 지리산 종주기와 사진 1(노고단에서 촛대봉까지)

里石(山타CROSS) 2012. 8. 1. 18:05

산에 든다는 겸허한 마음이 좋습니다.

진작부터 그러함과 감동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1,915m, 대한 제1의 지리산!

벼르고 벼르던 종주에 들었습니다.

 

'22:45용산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기차가 03:18구례구역에 토해 놓은 등산객들이 역사를 나서자

성삼재행 택시나 콜밴들이 한바탕 호객속에 이리저리 자리를 채우자 어둠을 뚫고 성삼재로 향한다.'

 

12.7.27  03:50 미명의 성삼재를 출발하여

12.7.28  11:00 신두류에 도착하기 까지의 여정을 글과 사진에 담아봅니다.

 

날새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새벽!

노란 별사탕 만한 샛별을 위시해 무수히 많은 구슬들이 검정 비로드같은 하늘을 수놓은 미명! 

랜턴을 준비하지 못한터라  다른 등산객들의 불빛에 의지해 성삼재에서 노고단 대피소(04:36)까지 도착하여

다소 주변이 밝아지길 기다린 후 노고단고개에 이르니 먼동이 터오른다.

어둠을 짓누르듯 먼 산을 넘어 오는 붉음의 에너지가 가슴 벅차다.

 

돼지령을 지나고 보니 어느덧 태양이 솟았다.

반야봉 갈림길인 노루목(06:46)을 지나 삼도봉 이어 화개재(07:43)!

여기까지는 전에 반야봉코스 무박산행시 지났던 길이다.  

 

이제 화개재부터 장터목대피소까지는 기다리던 미답의 초행 길이다!

토끼봉을 거쳐 연하천대피소(09:43)에 다다라 아침식사를 하고 벽소령대피소(12:10)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어 영신봉을 거쳐 드디어 1박을 하게 될 세석대피소(16:05)에 도착하니 성삼재에서 이곳까지 22.5Km였다.

이제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행 버스를 탈 신두류까지 9.9Km 남았다. 

 

간단한 세면으로 땀을 식힌 후, 소주 한 잔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20:00 낯선 세석대피소에서 이른 잠을 청했다.

제대로 잠을 자는지 모르게 끊임없이 뒤척였지만 피곤함이 잠을 재웠다.

04:00 에 일어나 하늘에 펼쳐진 별의 바다를 보면서 미명이 깨기를 기다린 후 05:00 세석대피소를 나섰다.

 

세석을 나선지 22분만에 만난 촛대봉!

넓은 봉우리 주변 요소마다 등산객들이 먼동이 터오는 천왕봉 쪽을 향하여 일출을 기다리고,

사방의 먼 산 아래는 간밤에 식은 구름들이 낮게 운해를 이루고 있으니 선계에 떠있는 듯한 황홀감이 감동적이다. 

드디어 천왕봉 우측에서 나온 일출의 붉은 기운이 얼굴에서 다리까지 덮치는데는 0.01초나 될까?

그 기운은 서기이며 희망이고, 자신감을 갖게 함에 벅찼다.

 

상쾌한 아침 햇살이 얼른거리는 신선한 숲속을 헤쳐갑니다.  

그리고 천왕봉이 확실히 시야에 들어오니 종주의 감격이 앞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연하봉(06:29)을 지나고 장터목대피소(06:47)에 이르니 천왕봉에서 일출을 맞이한 사람들이 모인다.

이른 아침의 장터목 샘터에서 약수를 마시고, 제석봉(07:18)을 지나 천왕봉에 도착하니 07:53 이다.

 

한 여름의 해는 벌써 중천으로 치닫고, 데워진 구름들이 사방에서 끓어 오르는듯!

촛대봉에서의 운해가 정적이라면 천왕봉에서의 운해는 용트림같은 역동적인 운해로 누구든지 흥분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 와중에도 남한 제일봉 등정의 인증을 위해 한 명 씩, 여럿 씩, 천왕봉 표지석과 운해를 배경으로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필자가 천왕봉에 오른 것이 다섯 번 째이나 오늘의 감동은 종주로 오른 것이라 그 어느 때보다 벅찼다.

 

뜻을 이룬 만족감을 갖고 하산하는 길!

법계사(09:21)를 지나 버스를 탈 수 있는 신두류에 도착하니 11:00 였다.

11:25 버스를 타고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11:40.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실행하기는 다소 어려운 지리산 종주를 이룬 뿌듯함이 삶의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지리산종주의 대미를 장식하면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25.5Km의 산길의 좌우에서 맞아주는 야생화들의 향연!

특히 주황색의 하늘말나리와 동자꽃, 보라색의 모시대와 산비비추꽃들은 긑까지 다투었다.

그리고 어떤 물보다 맛있고 시원한 물이 대피소마다 많았는데,

그것은 그냥 물이 아닌 대한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천상의 약수였으며,

부자간 또는 부모와 자식간의 종주 산행이 많음을 보니, 

인간의 의지와 대자연을 느끼게 하는 자녀교육의 장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지리산 종주의 큰 감동이 오래 남을 것일진데,

매주 산에 오르는 필자가 이후 다른 산에 대한 감동을 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지리산 종주의 기쁨을 간직합니다!

2012. 8. 1

황성식

 

<하늘말나리>

 

 

 

<동자꽃>

 

<모시대>

<산비비추>

 

 

<삼도봉>

 

<연하천대피소>

 

 

 

<벽소령대피소>

 

 

 

 

 

 

<멀리 세석대피소>